지역간 건강관리 인프라의 불균형은 중장년층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본 글에서는 운동시설, 병원 접근성, 지방 공공 프로그램 운영 실태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역별 건강격차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1. 지역별 운동시설 인프라, 건강관리의 출발점
운동은 중장년층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근감소증, 비만, 관절 퇴행 등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에 가깝다. 그러나 문제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권 지역은 다양한 공공체육시설, 유료 헬스장, 주민센터 운동교실 등 접근 가능한 인프라가 풍부하다. 반면 지방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건강통계 보고서(2023)에 따르면, 대도시는 1인당 공공 체육시설 보유량이 평균 0.82개였지만, 군 단위 및 읍면 지역은 0.3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현실적 불편을 의미한다. 지방에서는 운동시설까지 차량으로 3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대중교통이 드문 지역에서는 고령자들이 스스로 이동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시설조차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운동시설은 청년이나 성인을 위한 고강도 운동기구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장년층을 위한 저충격 운동기구나 스트레칭 중심 공간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많은 중장년층이 운동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환경적인 한계로 인해 실천하지 못하거나, 집에서 무리한 자가 운동을 하다 오히려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는 곧 의료비 지출 증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별 운동시설 격차 해소는 단순한 인프라 확장에 그쳐선 안 된다. 노년 친화형 공간 설계, 물리치료사나 운동 전문가 배치, 무료 또는 저비용 프로그램 운영 등이 병행되어야 하며, 지역 주민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2. 지역별 병원 접근성의 격차, 생존을 가르는 기준
운동 못지않게 중장년층 건강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과 질환 관리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건강관리의 기회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을 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2024 지역 의료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부산 등 대도시권 거주자는 자택에서 10분 내에 종합병원 접근이 가능한 비율이 76%에 달하지만, 전라남도, 강원도, 경상북도의 농촌 지역은 30%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의료서비스 이용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사망률 통계에서도 지방 거주 중장년층의 조기 사망 비율이 수도권 대비 최대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출처: 통계청 지역별 사망률, 2023).
또한 의료 인력의 불균형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보건복지부 통계(2022)에 따르면 전체 의사 수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군 단위 지역 중 30% 이상은 주 5일 상주하는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중증 질환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에서는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고, 병원 간 연계 시스템도 미비해 환자가 직접 서류를 들고 병원을 옮겨 다녀야 하는 비효율이 여전하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주기적인 진료와 상담이 필수인데, 병원이 멀어지면 그만큼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공공병원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찾아가는 건강서비스'와 '원격진료 시스템'을 지방에 확대 적용해 의료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 지역 내 간호·보건 인력 순환 근무제, 고령자 대상 무료 셔틀버스 지원 등이 있다. 건강은 평등해야 한다. 거주 지역에 따라 건강권이 박탈되는 현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3. 지방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실효성과 개선방향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지역 복지관에서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내용과 운영 방식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대상 맞춤’보다는 ‘행정 편의’ 중심으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안전부 ‘2023년 지역복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방 보건소가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 중 70% 이상이 분기별 또는 월 1회 진행되는 일회성 콘텐츠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특정 시간대(평일 오전·오후)에만 운영되어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중장년층은 참여가 어렵고, 교육 방식 또한 ‘강의’ 위주로 구성되어 흥미와 실효성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더불어 실제 건강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피드백 체계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혈압, 체성분을 측정하고 결과를 출력해주는 것에서 끝나고, 이후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희망적인 시도도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 보건소는 2023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와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연계한 ‘비대면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혈압·체중·걸음 수 등을 기록하고, 이를 보건소와 연동해 주간 피드백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초기 참여자 중 89%가 ‘생활습관 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할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출처: 나주시 보건소 보도자료, 2024.3).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지방 건강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단순한 홍보성 운영을 넘어, 개인별 상황을 반영하고, 기술을 활용하며,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춘 모델이 확산되어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은 장기적인 습관 변화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기에, 꾸준함과 접근 용이성은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결론: 지역별 건강 인프라 평준화는 생존의 문제다
건강관리는 단순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특히 중장년층의 건강은 사회 구조와 제도적 인프라에 크게 의존한다. 운동할 장소가 없고, 병원이 멀며, 프로그램이 실효성이 없다면, 개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하기 어렵다.
지방의 중장년층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복지 차원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이며,이는 지역 간 격차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며, 관련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예산과 제도, 인력 배치까지 수반되는 실천 중심이어야 한다는걸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령화에 진입하고 있다. 지금 지역별 건강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더 큰 의료 부담과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사는 곳’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건강복지국가의 출발점이다.